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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슴에 대한 고찰....2
크사

‘딴 남자가 생겼어?’ ‘밝히는 X.’

내가 미리 상상해본 남자친구의 답변이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내 속마음을 남자친구와 상담할 수는 없었다. 헤어질 생각이라면 몰라도.

그래서 종이에 적었다.

부족한 잠자리에 대한 불만 사항을 참다못해 굴러다니던 연습장에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1. 섹스에만 집중했나?

집중의 단계를 ‘매우 그렇다/그렇다/아니다’, 로 나누었을 때 ‘그렇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그가 내 양쪽 발목을 하늘 높이 올릴 때 배가 온전히 드러나서 질보다 복부에 더 힘을 주려고 의식했던 적은 있지만.

 

2. 남자친구는 오르가슴을 느꼈나?

패트릭 마버의 희곡 (지난번 칼럼에 이어 연속등판. 여러모로 재미있는 작품!)에서 댄과 안나가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다 안나가 가끔 거짓 오르가슴을 꾸미기도 한다고 말한다;

 

안나 "니가 나를 절정에 오르게 만들지는 않아. 내가 절정에 오르는 거지..."

댄      "너는 나를 오르가슴에 오르게 만들어".

안나 "너는 남자야, 이의 요정이 너에게 윙크해도 너는 절정에 오를 거야".

 

물론 마버의 희곡을 읽기 전에도 남자의 오르가슴을 걱정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긴, 남자의 오르가슴을 걱정하는 여자라니. 외계인이 아니고서야 지구상에 그런 여자가 있을 리가...남자는 잠자리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한다. 남자가 사정을 하고, 뒤이어 자리에 누웠을 때 기분이 좋아 보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랑 섹스를 하고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는 세상에 있을 수 없다는 엄청난 자신감이 있다.

 

3. 그렇다면 지난 섹스에서 불만스러운 점은?

좋지만 아주 좋은 느낌은 아닌 것? 섹스 포지션도 네 번이나 바꾸며 변화를 주었다. 그렇지만 내가 똑바로 누워 있을 때는 '가슴을 좀 더 세게 비틀거나 만져주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피스톤 운동 시에는 그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 주변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그곳을 애무해주길 바랐다. 그러다보니 눈앞에 있는 남자가 ‘베스트’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여기까지 쓰다가 나도 모르게 책상을 손바닥으로 시원하게 내리쳤다. 그래, 이거였어. 내 오르가슴의 문제는 남자가 클리토리스를 만진 횟수(물론 중요하지만!)도, 섹스 포지션의 변화도 아니었다. 내가 처음부터 상대방을 최고의 파트너라고 믿지 않은 게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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