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도 있지만 적어도 남녀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수년 전 유행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가사가 있는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아마도 돈이 많은) 나이 든 남자가 젊은 여성을 유혹해(또는 여성에 유혹돼)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은 2500년 전 부처님이 살던 시대에서도 보기 안 좋았나보다.
그러나 이처럼 정도에서 벗어난 상황이 아니라면, 즉 오래 함께 산 부부 또는 홀로된 남녀가 교제를 하며 성생활을 유지해나가는 것은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상식이다. 게다가 비아그라 같은 약물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노년의 성생활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미국 미시건주립대 사회학과 후이 리우 교수팀은 노년의 성생활이 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성생활은 사회적 관계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로 노년의 사회적 관계가 활발할수록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도 낮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노년의 성생활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한 연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연구자들은 십 수 년 째 진행되고 있는 ‘미 국립 사회적 삶과 건강, 노화 프로젝트(NSHAP)’에서 수집한 2204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노년의 성생활과 심혈관계 건강의 관계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지난 2005~2006년 처음 참가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당시 나이 범위는 57~85세였다. 당시 수집한 데이터 가운데는 참가자들의 성생활에 대한 설문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뒤 두 번째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가운데는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을 알려주는 지표인 고혈압, 심박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여부 등도 포함됐다. 따라서 1차 조사의 성생활 데이터와 5년 뒤 2차 조사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남녀에 따라 영향 달라
사실 원래 연구자들은 노년의 성생활이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가를 엄밀히 제시하는 게 목적이었다. 즉 성생활은 친밀감과 사회적 유대감을 높여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또 그 자체로 운동효과가 있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효과는 빈도가 잦을수록 더 클 것이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들여다보자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의 경우 성생활이 활발할수록(빈도와 만족도)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이 더 높았던 것이다. 즉 일주일에 1회 또는 더 자주 성생활을 하는 남성들은 성생활을 접었거나 한 달에 1~3회 하는 남성들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한 빈도가 두 배가 됐다. 성생활을 하지 않는 남성과 한 달에 1~3회 하는 남성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반면 여성들은 예상대로 성생활이 심혈관계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성생활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이런 효과가 더 컸다. 반면 빈도가 낮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여성은 성생활을 하지 않는 여성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노년의 활발한 성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남녀에서 반대로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몇 가지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노년의 남성이 만족한 수준의 성생활을 자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이 젊었을 때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비아그라 같은 약물을 복용하기도 해 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평소 정적인 생활을 하다가 격렬한 성행위를 할 경우 젊은 남자도 심근경색 같은 급성 심혈관계 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노년의 경우 이럴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 성생활 빈도가 높을수록 교감신경계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자극을 받는 빈도도 높아지는데, 다들 심혈관계 질환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여성의 경우는 만족한 성생활을 할 경우 파트너와의 정서적 친밀감이 높아질 뿐 아니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도 늘어난다. 에스트로겐은 테스토스테론과는 달리 심혈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데이터 분석 결과 만족한 성생활을 하는 여성은 특히 고혈압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논문 말미에 이번 연구결과를 확대해석하는 걸 경계하고 있다. 현재의 데이터도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중년이 지난 57세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을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년 남성이 이를 자신에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말이다. 다만 연령대를 더 넓혀 성생활과 심혈관계 질환의 관계를 좀 더 면밀히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