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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소설
발리찬하루

상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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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아! 오늘 설치하러 갈 곳이 몇 군데냐?’ 

‘가회동까지 합치면 네 군데 정도 되는 데여? 오실장님도 따라 가실 꺼져? 오늘 주문 제작한 신제품도 있껄랑여.’ 

‘얼릉 얼릉 챙겨야지, 제 시간에 밥도 못 먹것다. 안글냐?’ 

요즈음, 사장님께서 개발하신 신제품 덕분으로 매상이 쏠쏠한 게 눈에 보인다. 가뜩이나 불경기에다, 대형 주문업체들도 떨어져 나가는 이 판국에, 물건이 달려서 없을 지경이라면, 알아볼 쪼 아닌가? 게다가 반드시 설치를 위해, 우리 같은 기술자들이 들러 붙어야 하는 제품은, 인건비만 갖고도 물건값 뽑고도 남는다 하니, 아니 즐거울 수 없었다. 허긴, 되도 않는 제품 가져가 놓고, 리스네, 렌트네, 해 싸면서, 목돈 들여다, 쪼막 돈, 수금해서리 목 축이는 것 보다, 이 장사가 훨씬 기름진 구석이 있기는 했다. 사장님이 개발한 제품은 모양새부터가 독특했다. 대개 재래식 욕실구조나, 아파트에 설치하기는 조금 어려웠고, 어른들과 아이들이 혼용되어 욕실을 사용하는 집에서는, 아예 설치를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 그런 제품 이다 보니, 대개는 고급 모텔이나, 야시시한 팬션에 납품이 되곤 했는데, 그곳을 거쳐간, 얼빵한 남녀들이, 그 제품을 겪어보고, 자기 집에도 설치해 달라고, 물어 물어 찾아오는 것이 대부분 이었다. 대개가 그렇게 찾아 오는 사람들이야, 제품을 직접 써 봤으니, 누구보다도 그 기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을지로의 도기매장에 직접 들르는 고객들은, 언제나 신기한 시선으로 묻곤 했다. 

‘저거 뭐에여?’ 

‘저거요? 우리 사장님이 특허를 갖고 계시는 물건 이에요. 그냥 세정기 라고 불러요.’ 

‘세정기여? 뭘 딲는데여?’ 

이런 씨~불헐! 그렇게 궁금하면 집에다 갖다 놓고 해 보든가! 척하니 훑어보면, 물건 살 년인지, 아니면 대갈통만 좇나 긁어 대고 나갈 년인지는, 금방 알아봐 준다. 그런 년들에겐 오히려, 확 까발리면서 얘기해 줘야, 다신 아가리질에다, 되지도 않는 입질이 줄어드는 게 이 바닥 생리다. 

‘저거여? 오래 전 유럽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걸 가지고, 우리 사장님이 현대판으로 개조 하신 거죠. 비데 라고 들어 보셨죠?’ 

‘네. …….그럼 저게 비데 에여?’ 

‘아뇨, 저건 비데가 아니고….. 뭐랄까? 이렇게 말하면 좀 수준 떨어지지만, 구녕 세척기 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아니, 구녕 세척기 라녀?’ 

‘허허, 아주머니께서 그렇게 꼬치꼬치 물으시면 말씀 드리기가…..쉬운 말로 하면 씹구녕, 똥꾸녕 세척기라 이 말이죠.’ 

‘어머, 어머머,……그런 게 다 있어여?’ 

‘워디 있긴요, 여기 있지.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대요. 저런 게, 씻어내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 당시 동물의 오줌보를 잘라다가 사용했던 콘돔의 가격도 하도 비싸고, 임신의 위험도 있고 해서, 섹스와 동시에 저렇게 씻어내는 방법을, 피임의 방법으로 쓰기도 했다고 하대요.’ 

‘아니, 그런 오래 전에도 콘돔이 있었대여?’ 

‘그럼요. 그때는 일회용이 아니라, 동물의 오줌보를 사용했기 때문에, 싸고 나서 물에 행군 다음에, 말렸다가 또 썼다죠 아마? 임신은 싫고, 섹스는 하고 싶다 보니, 자연 발생적으로 나온 아이디어 아니겄어요?’ 

‘근데, 저거 모냥새가 꼭 그거 같네……’ 

‘그렇죠? 당연히 구녕 안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좇대가리 모냥을 따라야지, 그럼 보지 모냥을 따르겠수? 내 참, 어이가 없어서리…..’ 

‘말이 그렇다는 얘기져. 그런데, 저 주위에 수없이 뚫린 구녕은 뭐래여? 꼭 후추가루통 꼭지 같네……’ 

‘저 좇대가리 처럼 생긴 기구 밑으로 호스가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바닥에 철푸턱 앉는 듯이 앉기만 하면, 구멍 안으로 쑤욱 들어가서는, 물을 틀자마자, 그 기구의 표면 전신에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물줄기가 사방으로 쫙 솟구치는 겁니다. 지 아무리 똥꾸녕 속이라고 해도, 찌끄래기 하나도 없이 씻어내서, 보지구녕 처럼 아무리 핥아도, 그 흔한 콩나물 대가리 하나, 안 걸려 나오죠. 한번 써 보실라우? 내 가격 잘 해서 드릴께. 설치야 우리들이 하니까, 설치비는 별도라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사가여?’ 

‘많이 사가다 뿐입니까?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아여.’ 

‘호스 손잡이처럼 손에 쥐고 사용하면 더 좋겠구만……’ 

‘그런 제품도 있기야 있죠. 그렇지만, 물의 온도를 자동으로 맞추어 주는 기능이 없잖아여? 호스야, 자기가 일일이 물의 온도를 맞춰야 하는데, 저건 안 그래여. 아니, 물건 팔아 놓고, 누구 똥꾸녕, 씹꾸녕 이건 간에, 허벌 나게, 화상 입힐 일 있답디까? 그리고, 똥꾸녕 용은 내뿜는 물의 압력이 자동으로 조절되게 되어 있다구여, 무조건 물을 들여 보냈다가, 직장 이라도 찢어지면, 그 안으로 똥 줄줄 새는 꼴을 우째 보시려고 그런 말씀을……저희 제품은 적절하게 직장내의 물이 만땅꼬가 되면, 슬슬 수압이 줄어 든다구여. 이게 바로 인간 친화적 명품이 아니고 뭐겠어여? 말이 그냥 세척기라고 되어 있지만, 이건 보기완 정말 다르다구여, 아시겄어여?.’ 

사실 명품이란 찬사는 좀 뻥이 섞인 얘기고, 그 세정기를 타고 앉았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센서가 있어서, 적절한 물의 온도가 되질 않으면, 물이 공급되지 않도록 해 놓은 것이 가장 뛰어난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주유소의 주유기에 설치되어 있는 역류감지 센서를 응용한 것뿐이었다. 똥꾸녕 이나 씹꾸녕 안에 물이 가뜩 차서, 내뿜는 물이 역류하기 시작하여, 세정기의 세류 압력을 저하시키면, 자동적으로 물의 분사를 막는 기능이 그것 이었다. 

‘일반 화장실에 달아도 되여?’ 

‘집에 어린애나, 학생이 있으세여?’ 

‘네. 국민학생이랑, 중학생 모두 사내 놈들인데, 안될까여?’ 

‘하이구 아주머니, 꿈 깨쇼. 내 예전에 아주머니 같은 집에 설치 해 줬다가, 그 아들 내미들 똥꾸녕 열나 째 놓는 바람에, 월매나 욕을 먹었던지! 아니, 첨부터 들어가질 않으면 용이나 쓰덜 말던가, 그예 똥꾸녕까지 째가면서, 쑤셔 박아 볼 껀 또 뭐람! 고놈의 어린 쇄끼 들도 사내새끼라고 강제로 쑤셔 박아 대기는, 그게 똥꾸녕 이었기에 망정이지, 계집애들 같았으면, 어린 처녀 보지 거덜 내 놨다고 서리, 치도곤을 냈을 껄 생각하면, 지금도…..으이그…….애들이 너무 어리면 절대 안되여… 아시겄어여?’ 

‘그런 게 있었네…. 그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건 없어여? 필요할 때만….’ 

‘아니, 이게 무신 혹부리 영감님 혹인 줄 아쇼? 아예, 발명을 하시지, 발명을 해! 워째 여기서 이렇게 분탕질 이실까? 나중에 애들 다 내 보내고, 오롯이 영감님이랑 두 분만 사실 때 설치하셔서, 일년 내내 입안을 행구시든가, 주구장창 앉아서, 진지를 자시든가 맘대로 하시고, 지금은 좀 참아주서여. 때가 아니랑게…..’ 

그야, 말로 하자면, 입 아픈 지경이었다. 샤워 호스에 부착하는 간편형을 사장님과 함께 고려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상황하에서도, 구녕 안으로 쑤욱 밀려 들어가려면, 도기 스타일로 제작된 것이 가장 무난 했으나, 도기형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어서, 자칫, 호스 끝에 매달아 놓았다가, 카우보이 밧줄 흔들 듯 하며, 샤워해대는 또라이 아자씨 라도 나오는 날에는, 그 수명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도, 제작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했다. 또 하나, 우리 사장님의 특허 부문은 그 세정기의 뚫린 구녕이 물을 분사하는 데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류의 분사가 저하되는 역류가 시작되면, 반대로 혼탁해진 물을 흡수하여 기구 밖으로 흘러 넘치는 일이 없이, 기구와 밑부분에 직접 연결된 하수구의 밸브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배출시키는 시스템이 그것이었다. 가끔 AS를 요청하는 집에 가보면, 뭘 그리도 신나게 자셨는지, 기구 안의 필터 망에 오만 잡것 들이 걸려서리, 쓰고 남은 물의 배출을 막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게다가 또 다른 안전장치는, 사용자의 똥꾸녕과 씹꾸녕이 바짝 말라 있을 것을 대비해서, 우선 작동 버튼을 누르면, 예열 기능과 함께, 좇물 흐르듯이, 구멍으로 물이 질질 새어 나오게 하는, 준비 동작이 그것 이었다. 그 물의 질척임으로, 아무리 바짝 마른 상태라 할지라도, 쑤욱 밀려 들어감은 물론 이었고, 간혹, 그때까지 사생결단으로 붙어 있던, 똥딲이 휴지 쪼각 이라든가, 방금 찌질리던 씹털 들이 방해 못하도록, 흘려 보내는 기능은, 누가 보아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 였다. 가끔 배달 전에 사장님께서 직접 기능을 테스트하고 보내시는 것 이외에, 그 제품은 설치시의 안전규격만 갖추면, 별다른 뒷감당이 필요 없어서, 설치하러 돌아 댕기는 우리들도 한가롭기는 매한가지 였다. 그러나,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나나 김군은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그나마 동네 목욕탕도 오감타 하면서 댕기는 판국에, 집안에 저런 호사시런 물건을 설치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자칫 잘못 설치 했다가, 콩나물과 김치가 주된 반찬인 우리 집 같은 경우, 맨날 그 놈의 콩나물 대가리 뜯어내다 볼짱 다 볼 것이 분명했기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서울 가본 놈 보다, 안 가본 놈이 더 지리에 밝다는 옛말처럼, 소비자를 상대로 열나 뻥을 쳐대는 것에는, 나를 능가할 사람도 없었다. 사장님께서는 부친으로부터 물려 받은 도기상의 제품들을, 세정기 같은 현대식 액세서리 발명품과 섞어서 판매하는 데에, 귀신 같은 수완이 있으셨다. 원래 일본 사람으로부터 기술을 배워, 공장을 차리셨던 부친과 달리, 사장님께서는 전 세계의 정보를 섭렵하다시피 하시면서, 한국적 도기문화의 재창조가 필요하시다며, 각고의 노력을 쏟아 부으시면서, 연구에, 연구를 해오는 중이셨다. 내가 봐도 비데에 비해, 월등한 강력함을 지닌 세정기는, 당연히 현대적 욕실 문화에 한 구석을 차지해야 마땅했지만, 그 기능과 외형이 갖고 있는, 쌩뚱 맞은 색스러움 으로 인해, 특정 장소에서만 각광받는 것을 항상 안타까워 하고 계셨고….오늘 설치하러 가는 모델은 얼마 전, 사장님께서 특별히 주문 생산한 제품이었는데, 대개의 세정기가 똥꾸녕 용과 씹꾸녕 용이 따로 되어 있는데 반해, 이것은 씹꾸녕 용이 똥꾸녕 용과 합해진 묘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제작되는 도중에, 어째서 주문 제작이냐고 했더니만, 여자들의 보지와 똥꾸녕 사이의 회음부는 그때 그때 여자마다, 길이가 다르다나 뭐라나 하시면서, 그 사이의 길이를 자세히 알지 않고서는, 적절한 간격으로 떨어뜨려 놓을 수가 없다는 말씀 이셨다. 그리고, 또 하나 독특한 것은, 항문용은 다른 모델들처럼, 수직으로 곧장 서 있는 모양 이었는데, 씹구녕용은 바나나처럼, 안쪽으로 조금 휘었고, 재질을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물과 변온에 강한 수지계통을 사용해서, 딜도 처럼 물렁하면서 탄력마저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 이유도 물어본 즉슨, 

‘아니 오실장은 그걸 질문 이라고 하나? 이 세상에 보지랑, 똥꾸녕 이랑, 평행선상에 놓인 여자는 없네, 조금 이라도 각도를 주어야, 이 두 가지 기구가 동시에 구녕에 맞추어 들어가는 게지…….’ 

내가 질문 했던 이유는 도기류와 수지류를 어찌 그렇게 교묘하게 방수처리를 해가며, 적절하게 접합시켰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는데, 답은 못 듣고 엉뚱하게 찐빠만 먹고 만 것이었다. 

‘근데, 사장님, 이렇게 항문이랑, 성기를 동시에 꼽아놓고 씻고 싶은 사람이 도대체 뉘깁니까? 이렇게 동시에 쑤셔대면, 세척이 아니라, 꼴려 놔서 씻는 거고 뭐고……..변태도 아니고서리…..’ 

‘변태는! 사실, 이제까지 제품이 분리형이었기는 해도, 남성우월적인 제품이었다는 말도 돼지. 남자는 항문만 닦으면 되지만, 여자는 보지도 씻고, 거기다가 남자의 항문이 거쳐간, 어떻게 보면, 찝찝한 상태를 감수하면서, 사용을 뒤이어 해야 되는 불편이 있었던 거지. 그러니, 남성용은 항문 세척 전용기, 여성용은 이렇게 성기와 항문을 동시에 세척해 주는 기구를 써야, 남자 것을 다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생기는 거라네. 성의 평등을 외치는 요즈음, 우리 제품도 그에 발맞추어 나가야 함이 옳지 않겠나?’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럴 싸 했다. 역시 가방 끈이 긴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그 신제품은 제일 마지막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실, 설치를 하러 다니다 보면, 가정부만 놔두고, 주인들의 얼굴은 코빼기도 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 이었고, 식사 때를 맞추어 가더라도, 언제나 그 지겨운 커피나 주스 쪼가리만 내놓는 통에, 나중에는 가까운 화분에 갖다 버리거나, 변기에 버리는 일이 많았다. 식사 때라도 거르고, 저녁이나 점심 준비를 하는 집에 들어가 꼬로록 대는 배를 틀어 쥐고, 설치를 할 때는 정말 죽을 맛 이었다. 

‘오실장님, 저거 김치찌개죠?’ 

‘허이구…. 그걸 코꾸녕 이라고 뚫어 놨으니! 저게 어디 김치찌개 냄새냐? 탁 허니 맡아 보니, 생태 찌게 구만. 아니다,……. 그러니, 내가 널 데리고 다니지, 똥인지, 된장인지, 당췌 구분도 못하는 그 코꾸녕 이었기에 망정이지, 애저녁에 떨어져 나갔을 화상 들이 수두룩 뻑뻑 인디, 그나마 다행이야…..’ 

사실 그렇게 야지를 놓고는 있었지만, 이런 설치에 있어서 한 사람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 대부분 이었다. 상하수도 배관에 대한 탁월한 눈썰미와 더불어, 타일재 마감에 대한 시공 경륜 등을 필요로 하면서, 항상 듬직한 무게를 자랑하는 도기제품을 번쩍번쩍 들어 날라야 하는, 허리 힘, 또한 절대 필요 요소였기에….기존의 타일 시공 부분을 깨 부수고, 무거운 제품을 나르는 등의 허드레 일은, 김군이 도맡아 하고 있었고, 나는 상하수도와의 연결, 기존 바닥과의 레벨유지 등에 신경을 썼다. 우리의 그 세정기는 고도로 복합적인 센서들이 물과 함께 섞여 작동하기에, 한치라도 있을 수 있는 전기적 작동 부위 및 센서와의 누수 가능성에 대해서, 치밀한 계획과 시공을 하지 않으면 좇 되는 수가 있었는데, 한번은 어떤 집에 이 기구를 설치 하고 얼마 되질 않아서, 급한 AS 요청이 들어와, 달려가 본 적이 있었다. 목욕실은 아수라장 이었고, 그 지긋한 중년 부인은 어서 그 흉측한 물건을 떼어내고, 원상 복구를 시켜 달라며, 환불 요청은 하질 않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야 손해 날 것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찝찝 해서, 나중에 수소문 해 알아본 결과, 부인에게 냉랭하고 시큰둥하게 일관하던, 그 바깥 양반이 그 세정기를 사용하던 첫날, 그 세정기에 항문을 끼워 넣고, 디리 흥분하며, 뿍짝 대다가, 기어이 심장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요상시런 것은 그 긴긴 세월 동안, 부인과 자식까지 두고 있던, 그 바깥양반의 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인데, 다름 아닌, 양성의 성생활로 오랜 기간 동안 살아온 것이, 그 기구의 묘한 매력에 흠뻑 빠지는 통에 들통난 것이라는, 믿지 못할 얘기였다. 그러나, 나중에 기구를 수거해 온 뒤에 발견한 것은, 센서로 통하는 전기선 하나가 어쩐 일인지, 분사되던 물과 접촉되어 일어난 누전 사고로 밝혀 졌다. 그냥 똥꾸녕 안을 씻어 낼 줄 알았던 기구 속에서, 온 몸을 지릿지릿 하게 만드는 쾌감을 발견 했으니, 나가 자빠질 노릇이 아니었겠는가 말이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이게 왠일 이냐며, 바로 엉덩이를 뺏을 터 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비밀스럽게 누군가의 좇대로 흠씬 쑤셔대 주었을 항문이니, 그 쾌감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거라는 것이 사장의 예측 이었고… 하긴, 나 또한 사용해 보질 않아서 그 느낌에 대해서 알 수는 없지만, 양성의 섹스를 즐기는 사람에게 있어서, 다른 동성의 남자로부터 항문이 꿰 뚫리는 쾌감은, 보지에 박아대는 것 이상의 짜릿함이 있다고는 들어 왔었다. 아무튼 그 후문을 다 믿을 수는 없어도, 그렇듯 사장의 특허품은 묘한 매력이 있어서, 입에서 입으로 소리 소문 없이, 그 진가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 만은 확실했다. 대개 설치를 가서 보면, 누구 누구의 소개로 알게 됐네가 90쩜, 씨팔 프로도 넘기에 하는 말이다. 

‘어여 다 했으면, 장비 챙겨서 곱창이나 채우러 가자.’ 

‘예.’ 

‘저…. 사모님, 들어 오시면, 이 번호로 내일 오후까지 송금 부탁 드리고요, 아직 타일이 다 안 말랐으니까. 내일 오전은 되야 사용하실 수 있을 거라고 말씀 드려 주십시오.’ 

나는 주의 사항을 일러두고 집을 나왔다. 대대한 저택에 거실에 걸린 가족 사진에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들과 셋이서 찍은 대형 가족 사진이 붙어 있었고, 언제 보아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안주인은 언제 사진을 찍었는지는 몰라도, 청초하고 풋풋한 아름다움이 사진에서 넘쳐나고 있었다. 자주 보긴 했어도…… 

‘와, 영화 배우 김 머시기 닮았져, 그죠?’ 

‘화장빨 이야, 임마, 헛소리 하지 말고, 잊은 거 없나 다시 한번 들러보고…… 얼릉!’ 

나와 김군이 그 집을 나오는데, 핸폰이 울렸다. 

‘오실장 인가?’ 

‘네, 사장님, 어쩐 일로….. 시공은 다 마쳤습니다. 테스트도 이상 없이 마쳤구요. 뭐 여기야워낙 자주 공사를 나오던 곳이라 손에 익죠. 사용은 내일 오후에나 가능할 거라고 일러두고 나왔습니다.’ 

‘잘 했네. 오늘은 가게로 올 거 없이, 바로 그 쪽에서 퇴근 하게. 이곳은 내가 정리하고 들어가지…..’ 

나는 옳다구나 잘 됐다 싶어, 김군을 태우고 저녁을 부리나케 해치운 뒤에 집으로 내달렸다. 대개 가게로 복귀해서 이것 저것 정리하고, 있다 보면, 11시, 12시를 후딱 넘기는 통에 이렇게 가끔 현장에서 퇴근 할 때는, 무슨 방학이라도 맞이하는 것 같은 초등학생 심정으로 집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단촐한 반 지하 셋집 이었지만, 나와 집사람에게 있어서는 더없이 포근한 안식처…… 이런 반 지하가 아닌, 지상의 전셋집으로 이사 가는 날, 아기를 갖자며, 서로가 열심히 자신의 일터에서 몸을 굴려가며, 애를 쓰는 우리 두 사람……고아원에서 같이 자라나, 더 이상 남의 집에 입양도 가기 힘들어지고, 나이가 먹어서 가까스로 졸업한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오자 마자, 우리 두 사람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어린 나이에 살림을 차리고, 살을 맞대고 살게 되었다. 내가 군대를 갔다 오는 동안, 집사람은 피눈물 나게 애를 써가며, 미장원에서 손이 부르트도록, 남의 머리 감겨가며, 바닥에 쏟아진 머리카락만 2년이 넘도록 쓸어댔다고 했다. 나는 그게 제일로 미안했다. 내가 제대하는 날, 집사람은 지금의 이 전세 집으로 개구리복 차림의 망연한 얼굴로 끌려오는, 나의 등을 떠밀며, 단칸 셋방이 아닌, 이 곳의 열쇠를 안겨 주었다. 그 열쇠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차마 문을 열지도 못하던 그 때가 바로 어제 일만 같다. 

‘자기 왔니? 오늘은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앗 뜨그라!’ 

‘왜? 무슨 일이야?’ 

내가 욕실 문을 벌컥 열자, 집사람이 냉큼 돌아 앉는데 보니, 아랫도리를 까고 뒷물을 하고 있었다. 

‘뭔 소리야?’ 

‘아니, 저 깨스 보일러가 또 지랄이야. 하마터면 피조개가, 삶은 조개 될 뻔 했네……’ 

항상 섹스에 안달복달하는 내가, 집사람의 월경 끄트머리를 기둘리지 못하고, 채근을 하는 통에, 항상 아내는 피가 조금 비치기는 해도, 저렇게 보지 뒷물을 해가며, 나에게 그 피조개 나마 선사하려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나 피조개도 좋은데, 떡볶이는 더 신나구…..히히…..’ 

‘어이구 저 대가리로 돈 벌어오는 게 신기하지………어여 씻어!’ 

그러나, 집사람은 세멘(시멘트)에 갈라지고, 지문조차 희미해진 나의 손을 보면서, 언제나 그 나불대는 입을 닫곤 했다. 그 지랄 맞은 개스 보일러가 심통을 부릴 때면, 자기는 끔쩍끔쩍 놀라며, 찬물에 보지를 씻어도, 나에게는 목욕을 하고도 남을 만큼, 들통에 물을 끓여서, 욕실로 퍼 나르는 집사람의 정성에 나는 매양 탄복한다. 원래부터 가진 것 없고, 본배 없는 두 사람 이었기에, 세상 하늘아래 믿을 만한 사람은, 우리 두 사람뿐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이렇게 초라한 반 지하 셋방이라도,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사실에,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식전 댓바람에 오셨나?... 혹시 짤렸어, 자기?’ 

‘짤리긴, 오늘은 어쩐 일인지, 사장님께서 현장에서 곧장 퇴근하라고 하시대. 오늘이 당신 피조개 끝물인지 아셨남?, 이거……. 혹시, 당신?’ 

‘으이그 돌려대는 대가리 하고는, 내가 고아원에 있을 때 부텀 알아 봤어야 하는 건데, 허구 헌날, 화장실에 들어 앉아서, 수녀님 눈 피해가며, 줄창 딸딸이 칠 때, 내 다 알아봤어야 했는데, 내가 미친년이지, 내 눈깔, 내가 찌른 거지, 뭐…….’ 

그래도 아내는 나란 사람을 만나서, 후회하는 날은 사실 없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항상 손 끝에 묻어나는 나에게로 향한 사랑과 따스무그리 한 정이 뚝뚝 떨어짐을, 모를 내가 아니었기에…….나는 사장님께, 혼자 사시지 말고, 나 같은 고아 나부랭이도 살을 엮어 사는 이 마당에, 모자란 것도 없는 사장님이, 어째서 혼자 독수공방을 하시느냐고, 나무란 적이 있었다. 사장님은 그때 마다, 일이 그냥 좋아서라고만 답할 뿐이셨다. 아내는 어디서 배운 것은 없어도, 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가며 색을 써 왔다.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온 두 사람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거니와, 어느 사이엔가 부풀어 오르는 아내의 그 띵띵한 가슴을, 언젠가는 나 혼자만 빨아먹으리라고 다짐했던 걸 보면, 아마도 아내는 내 사람이 되기 위해, 고아로, 내 앞에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아내는 온종일, 일어서서 일을 해야 하는 미용사 였기에, 우리 둘의 섹스는 언제나 나의 마사지에서부터 시작되곤 한다. 허리 뻐근하지 라고 물어대는, 나의 느물거림은, 곧바로 섹스에 대한 나의 신호탄 이었고, 나를 놀리려는 아내는, 혀를 메롱 내밀면서, 오늘 허리 안 아파요 하면서 허리를 빼꼼히 빼곤 하면서, 나의 애간장을 녹였다. 내가 도기상에 취직하고 얼마 되질 않아, 마사지를 하려고 아내를 발가벗기고, 엎드리게 한 후에 히프에 올라타고, 등을 손바닥으로 밀어댈 때의 일이다. 

‘아얏! 손바닥이 왜 그 모냥 이야? 꼭 갈쿠리로 긁는 것 같네…… 어디 좀 봐봐.’ 

분위기가 잡혀가며, 엎드려 그 풍만한 히프가 언덕배기처럼 허공으로 드러난 그 시점에 아내가 발딱 일어서서, 내 손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이어, 아내는 아무 소리 없이 등을 대고 엎드려서는, 내 손을 이끌며, 마사지를 다시 부탁했다. 

‘이제 생각하니까, 꼭 그거 같다. 육교 위에서 파는 그거 있잖아! 효자손 말이야. 꾹꾹 눌러 주는 것 보담 시원해서 좋네. 거기 그 갈비뼈 있는데, 고기 쫌 긁어 주라…….. 아휴 시원해…..’ 

그 날, 아내는 나의 좇대가리가 내질르는 휘두름에 뻑이 갔는지, 아님, 무슨 이유에서 였는지, 나의 손에 깍지를 끼우고, 두 팔을 휘저으면서, 비명과 신음에 더하여, 눈물을 흩뿌리며, 산산히 부서졌다. 아침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깨어 보니, 집사람은 내 옆에 팬티 차림으로, 젖을 덜렁거린 채로 앉아서는, 내 손에 크림을 연신 발라주고 있었다. 

‘손이 고와야 밖에 나가서 기집년들 젖퉁이 주무를 때도, 내치는 것들이 없지, 이런 무지랭이 손으로 뭘 하겠다고…….’ 

나와 아내는 서로가 작은 것에 감사 하면서도, 서로를 커다랗게 느끼고 사는 편이었다. 그게 우리네의 사랑 길라잡이 였기에……. 

‘따르릉’ 

‘어잇, 바쁜데, 누가 전화질이야!’ 

나는 밀린 재고 확인과 아울러, 오후 내내 씨잘데 없이, 가격만 물으러 들어오는 손님들 때문에, 객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와중이었다. 

‘여보세요, 태평도깁니다. 말씀하세요…..’ 

‘오실장 이에요?’ 

‘네, 사장님, 지금 공장 이세요?’ 

‘아직 신제품 생산 일정 땜에 공장장이랑 협의 중에 있어요. 재고파악은 어떻게……’ 

‘거의 다 되갑니다.’ 

‘오늘 설치 나갈 곳은 없었죠?’ 

‘그러게요. 언제쯤 올라 오실 것 같으세요? 벌써 5시가 다 되어 가는데……’ 

‘쫌 걸릴 것 같네요. AS요청 들어 온 곳은………’ 

‘아직 없습니다. 뭐, 그런 거야, 김군아 보내면 되죠.’ 

‘그래도, 신제품 같은 것은 김군 보내지 마시고, 반드시 오실장이 직접 뛰어 주세요. 김군은 아직 어려서 소비자가 얘기 꺼내기 껄끄러운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잠깐만요… 전화가 딴 곳에서 또 왔네… 오실장, 끊지 말고 기다려요……’ 

삼자 통화가 이루어지고, 다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방금 전화 받았는데, 어제 설치했던 그 신제품 때문에 그런 모양인데…….감이 안 좋아서 그만 끊어 졌거던요? 오실장이 소비자 등록카드 찾아서 무슨 일인지 한 번 알아보세요. 난, 이만 바빠서…… 내 서울 올라가기 전에 전화 넣죠….’ 

그러나, 사장의 전화를 끊고, 나는 확인해 보라는 사장의 부탁조차 까맣게 잊고 말았다. 오늘따라 허둥대며, 이리저리 실수 연발인, 김군의 뒤통수를 까면서 을러대는 통이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차! 그 전화!’ 

‘실장님, 왜여? 뭐 잊어 쳐먹으셨어여?’ 

‘조 씹탱구리, 말버릇 하고는, 거기 있는 소비자 등록부나 갖고 와 봐.’ 

나는 사장이 눈치채기 전에 어서 빨리 일을 수습해야 된다는 생각에, 그 집으로 이른 초저녁 인데도 불구하고 전화를 넣었다. 

‘저 여기는 태평도기 입니다만, 사모님 계십니까? AS요청을 하셨다길래, 이렇게 전화 올렸습니다.’ 

‘네, 아까부터 전화 했었는데, 사장님께서 서울이 아닌 곳에 계시다 길래…..지금 와 주실 수 없을까요? 마침, 애도 없고, 애 아빠도 외국 출장 중이라, 손 보시기에 별로 부담 되지는 않으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네, 그럼 곧 찾아 뵙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있으신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아, 뭐 별로 큰 문제는 아니고요, 사용상의 제 실수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그러거든요.’ 

나는 김군에게 가게 단단히 잘 보고 있으라고 눈을 부라리고는, 예상되는 장비를 챙겨서 차에 몸을 실었다. 그 집 앞에 차를 세우고, 현관 보안 모니터 앞에서 벨을 눌렀다.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집안으로 들어섰는데도, 낮에 항상 보던 가정부는 보이질 않았다. 그 대신 언제나 거실의 사진으로만 보던, 그 여인이 실제로 맞아 주고 있었고, 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식사는 어떻게?’ 

‘아, 예 먹고 왔습니다. 차나 음료수 같은 것도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많이 먹고 왔으니까요.’ 

‘그러세요? 저녁 때가 되면 도우미 아주머니가 집에 가셔서, 이렇게 집 안에는 저 혼자 뿐이랍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가족들도 없는 와중에, AS를 부르시다니, 담도 크시네요. 이 큰 집에 혼자 계시면서……..’ 

‘욕조랑 다른 욕실 제품들은 다른 상점에서 구입했는데, 세정기는 유독 그 집 것이 좋다고 애 아빠가 그러길래, 한번 써 봤죠, 전 이번에서야 상점 이름을 처음 알았어요. 이번이 두번 째 이긴 해도….. 아는 집에 오시는데, 뭔 일이야 있을 라구요. 어서 이리 오세요.’ 

나는 이층 안방을 거쳐 방안에 딸린 그 욕실로 들어섰다. 변기와 욕조 사이에 알맞은 간격으로 자리 잡은 세정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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