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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 베개...2
크사

다시 베개로 돌아와서, 베개를 섹스에 끼워 넣으면 자신이 ‘도구’를 이용한단 압박감을 느끼지 않아 좋다는 점이다. 베개는 모양도, 쓰임새도 일단 그 짓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 섹스 도구 사용에 관한 이런저런 독려(?) 글을 보지만 글쎄. 경험상 남자들은 섹스토이를 도우미로 보지 않고 자신의 페니스 vs 토이, 라는 그림으로 해석하는 듯했다. 모자란 남자.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느낌. 침실에서 나로 만족 못해?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하면 발기력도 위협을 받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는 섹스토이는 쓰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섹스토이는 보관도 잘 해야 한다. 남의 집 세간살이 구경에 취미가 있는 손님을 집으로 초대할 때면 섹스토이를 잘 치웠는지 이중삼중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거실에 내 책들이 있는데,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방문하면 섹스 도서들은 햇빛도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구석으로 내몰린다. 인테리어를 해치는 청소 도구 마냥. 그러니 섹스토이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바이브레이터가 있는데, 얼굴 마사지 기계처럼 보이지만 어찌 되었든 섹스 토이다. 비밀스러운 장난감은 항상 조심하는 게 좋다.

 

진동과 관련한 섹스 토이는 당신의 손가락을 썼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의 오르가슴 곡선을 그린다. 무엇보다 진동기를 통해서는 오르가슴이 확실히 보장된다.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 듯 쿵쿵거리는, 클럽의 거대한 우퍼 위에서 이상한 희열을 느꼈던 것은 이 진동의 힘이었으리라. 굳이 트집을 잡자면, 절정에 다다르는 게 너무 쉽다. 쉬운 여자. 쉬운 남자. 쉬운 장난감. 뭐든 ‘쉽다’의 형용사가 붙으면 우스워 보인다. 너무 간단히 오르가슴에 올라서 파트너와의 섹스가 시시하게 느껴지는 위험 부담이 있다. 더 나아가 지금 내가 느끼는 게 진짜 오르가슴인지 의심을 하는 단계에 이를 수도 있다. 조금 풀어 이야기하자면 섹스로 가능한 천국의 맛이 가까이에 있으나 아직 완전히 오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도대체 그것이 무얼까 한동안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남근의 힘줄이 내 혀에 닿을 때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나선 그런 걸 고민했는지 마저 잊고 지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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