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브는 여자가 아니라 환상이다
문이 닫히고,
그녀와 단둘이 된 순간—
모든 게 이상했다. 너무 완벽해서.
눈을 맞추고 말을 트는데
이게 현실이 맞나?
이런 여자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나?
조명이 따로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빛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와
손끝이 내 팔을 스쳐 지나갈 때,
온몸에 전율이 퍼지고,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빛은
내 안에 있는 감정까지 들여다보는 것 같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귓가에 바람처럼 스며들었다.
이브와 함께 있는 동안
내가 말한 문장 수는 적었다.
그녀는 내 말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말이 됐기 때문이다.
입맞춤이 시작되고
몸이 엉켜들며
그녀가 나를 감싸 안았을 때,
나는 '여자와의 관계'가 아닌,
'환상과의 교감'을 하고 있었다.
피부의 감촉,
그 안에서의 타격감,
숨 넘어가는 흐느낌,
현실은 이미 사라지고
나는 꿈속에 있었다.
사정하고도
그녀의 손길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고개를 숙인 내게 속삭이듯 말하던 그녀.
“오빠, 나랑 있으면 현실 안 돌아가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래,
정답이었다.
결론
이브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한 편의 꿈이고,
현실을 잠시 끊고 들어가는
'남자만을 위한 환상 공간'이다.
그리고 나는
그 환상 속에 한 번 빠졌고,
이제는…
현실이 싫어졌다.